거미줄에 갇혀버린 이슬방울.600*800mm.woodburning.2023.주말전공
세 개의 신비, 기억의 씨앗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정원
신비 1: 흑백 화면 속 영롱한 떨림, 어린 꿈의 씨앗
일곱 살, 어쩌면 채 그 언저리였을까. 낡은 흑백 TV 화면은 어린 나의 세계에
낯선 떨림을 선사하는 창문이었다. 명암의 단순한 조화 속에서
피어나는 형상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그
신비로운 그림자들은 어린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동경의 씨앗을 심었다.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처럼
바랜 기억 속 한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침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이슬 맺힌 거미줄의 섬세한 아름다움. 그
영롱한 빛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선
작은 우주처럼 다가왔고, 나는 홀린 듯 그
신비를 붙잡고 싶다는 어린 꿈을 꾸게 되었다.
살아있는 거미줄에서 살아있는 이슬을
채집하는 탐험가의 모험은 설렘과신비함이었다. 숲을 헤치며 빛나는 보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 끈적한 거미줄이 얼굴에 달라붙는 불쾌함조차 잊을 만큼,
신비를 향한 탐험가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비록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찰나의 순간 포착했던
이슬방울의 투명한 아름다움은 어린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은 목판 위에 조심스럽게 옮겨진 이슬 맺힌 거미줄은,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처럼 영롱하게 빛났으며, 어린 나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 그저 신비로 다가왔던
그 탐험가의 열정,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가슴 한 켠에 따뜻한
떨림으로 남아있다.
신비 2: 스쳐간 탐험가의 일상, 잊혀진 풍경 속 피어나는 삶의 가치
문득 깨닫는다. 어린 시절 흑백 TV 화면 속 스쳐 지나갔던
익명의 탐험가의 일상이, 먼 훗날
나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비전이 되었다는
것을. 그 어떤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 안에는
고유한 소중함과 숨겨진 신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린 나는 본능적으로 감지했던 것 같다. 마치
한 컷의 잊혀진 영화 필름처럼 아련한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생생한 현실로 되살아나
나의 삶이라는 새로운 캔버스 위에
또 다른 가치로 채색된다.
되살아난 기억은 마치
오래된 씨앗이 싹을 틔우듯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탐험가의 일상이 그러했듯 나의 일상 또한
끊임없는 발견과 창조의 여정이 된다.
살아있는 거미줄과 그 위에 맺힌
살아있는 이슬은, 이제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영감의 원천이자 예술적 탐구의 대상으로 다시
날갯짓하기를 갈망한다. 자신의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영롱한 이슬방울을 품고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거미줄의 숭고한 헌신. 잡으려 애쓸수록 금세 사라져 버리는
덧없는 존재인 이슬방울을, 그 연약한 거미줄은
무슨 불가사의한 힘으로 붙잡아두는 것일까? 그 누구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작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그
신비로운 조화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잊혀진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가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신비가 아닐까.
신비 3: 외면 속에서 발견한 찬란한 아름다움,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경이
남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때로는 불편함과 혐오감으로 외면하고 피해 버리는
흩날리는 거미줄의 섬세한 향연이, 나에게는
경이로운 신비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의
탐험가는 이미 그 숨겨진 아름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투명한 실들의 복잡한 구조, 바람에 흔들리는
섬세한 떨림,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펼쳐진
수만 가지의 독특한 아름다움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과 같다.
어린 시절의 탐험가는 울창한 정글 숲을 헤치듯,
일상의 무심함이라는 덤불숲을 지나, 그 누구도 쉽게 꿈꾸지
못하는 숨겨진 신비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거미줄에
갇혀버린 이슬'**의 영롱한 빛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침내 채집의 기쁨을 누린다. 그
순간의 벅찬 설렘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그 강렬한 떨림은 여전히
가슴속 깊은 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탐험가의 기쁨을 되새기며,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 신비를 재해석하려 한다.
외면당하는 존재 속에서 발견한 찬란한 아름다움, 그것을 새로운
형태로 빚어내어 세상에 드러내는 것.
아름다움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나의
예술은, 어린 시절 흑백 TV 화면 속 신비로운 떨림에서 시작되어,
이슬 맺힌 거미줄을 쫓던
작은 탐험가의 순수한 열정을 기억하고,
일상 속에서 잊혀진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끊임없는 탐구의 여정이다.
